“먹는 게 남는 거다”는 말, 요즘만의 얘기일까요?
아니요.
명나라의 ‘백종원’, 이시진(李時珍)도 같은 생각이었을 겁니다.
그가 27년에 걸쳐 집필한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무려 1,892종의 약재와 그 사용법이 빼곡하게 적혀 있는데요,
놀랍게도 그중 상당수가 우리 밥상에서 흔히 보던 음식들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본초강목』이란?
본초강목은 중국 명나라때 이시진이 중국 약리학을 종합해 펴낸 약학서이다. 모두 52권, 190만자, 약 1,109점의 삽화로 이뤄져있으며 현재 중국중의과학원 도서관에 소장된 초판본은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되어있다.
1~2권은 총론의 성격을 지니며, 3~4권은 113종의 주요 질병의 증상을 중심으로 널리 쓰이는 약용물질과 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5~52권은 각각 약용 물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다.
본초강목은 16세기까지 전해지던 중국 약리학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했을 뿐 아니라, 민간에 전해지던 처방도 체계적으로 수집해 16세기 이후 중국 의학과 약리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본초강목』 = 조선시대 식품 영양 백과
『본초강목』은 단순한 한약 도감이 아닙니다.
물, 불, 곡물, 채소, 과일, 생선, 고기, 술, 식초, 꿀까지—
이시진은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약’**으로 보았습니다.
“몸이 허하면 닭을 먹고, 기운이 부족하면 대추를 넣고, 감기에 걸리면 생강을 달여 마신다.”
이게 바로 『본초강목』 스타일!
현대 영양학과 통하다
더 놀라운 건, 그 내용이 오늘날 영양학적으로도 타당하다는 겁니다.
- 마늘: 『본초강목』에서는 “해독하고 풍을 제거한다”고 했는데, 현대 과학은 알리신의 항균·면역 증강 작용을 입증했죠.
- 검은콩: “노화를 방지한다” → 요즘 말로는 항산화 작용!
- 잣, 호두: “정신을 맑게 한다” → 오메가-3가 뇌 건강에 좋다는 연구와 일맥상통!
이쯤 되면 이시진은 시간을 건너뛴 푸드 사이언티스트 아닐까요?
『본초강목』에 기록된 대표음식5, 영양학으로 다시 보기
1. 마늘 (대산, 大蒜)
한의학 기록: 기를 보하고, 해독작용이 있으며 풍한을 제거함.
현대 영양학: 마늘은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알리신(allicin)을 포함하고 있어 항균, 항바이러스 효과가 뛰어납니다. 심혈관 건강을 돕고, 면역력 강화에 탁월한 식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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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생강 (생강, 生薑)
한의학 기록: 위장을 따뜻하게 하고 구토를 멎게 하며 풍한 감기를 다스림.
현대 영양학: 생강의 진저롤(gingerol) 성분은 소화 촉진, 항염 작용, 혈액순환 개선에 효과적입니다. 멀미나 메스꺼움을 완화하는 데도 널리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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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연근 (연우, 蓮藕)
한의학 기록: 피를 맑게 하고, 열을 내리며 설사를 멎게 함.
현대 영양학: 연근은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건강에 좋고, 비타민 C 함량이 높아 면역 기능에 도움을 줍니다. 폴리페놀 성분으로 항산화 효과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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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추 (대조, 大棗)
한의학 기록: 비위를 보하고 기를 보하며 진정 작용이 있음.
현대 영양학: 대추는 철분과 칼륨이 풍부해 빈혈 예방에 좋고, 천연 당분이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불면증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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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검은콩 (흑두, 黑豆)
한의학 기록: 신장을 보하고 노화를 방지하며, 해독 효과가 있음.
현대 영양학: 검은콩은 안토시아닌을 풍부하게 함유해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며,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많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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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본초강목』인가?
건강을 삶의 중심에 두는 시대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건강’이라는 키워드에 민감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건강 정보가 넘쳐나고, 질병 예방이나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음식에 대한 관심은 날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지키는 식생활의 질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중이죠.
기능성 식품과 약선요리의 인기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능성 식품, 슈퍼푸드, 약선요리 같은 단어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음식이 곧 약이 되는 시대, ‘식(食)’과 ‘약(藥)’의 경계를 허무는 철학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는 지금, 전통의 지혜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바로 여기서 『본초강목』이 다시 불려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식생활을 고민하는 지금
또한 우리는 지금 지속 가능한 식생활, 자연 친화적 소비, 로컬푸드와 슬로우푸드 등에 주목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건강한 먹거리 문화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빠르고 자극적인 음식이 넘치는 시대일수록, 그 반대편에 있는 자연의 이치와 조화를 따르는 식생활이 더욱 그리워지곤 하죠.
전통의 지혜, 『본초강목』에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수백 년 전 조상
들의 지혜에서 해답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본초강목』은 단순한 약초 백과사전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조상들이 어떤 음식을 먹었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했으며, 무엇을 ‘보약’처럼 여기고 활용했는지에 대한 방대한 기록입니다.
식재료 하나하나의 성질, 계절에 맞는 조리법, 사람의 체질과 상황에 따른 맞춤형 식이요법 등, 현대의 기능성 식품 철학과 맞닿아 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는 동아시아 음식문화의 보고서라 할 수 있습니다.
『본초강목』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과거 회귀가 아니라, 오늘의 식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 내일의 삶을 더 지혜롭게 바꾸기 위한 선택입니다. 이 전통의 지혜 속에서 우리는 몸을 살리고, 마음을 다스리는 진짜 음식을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다음 편 예고:
“쌀, 콩, 보리도 약이다?! 밥상 위의 숨은 보약들”
(2편에서는 곡물·콩류를 현대 영양학과 연결해 풀어볼게요!)
본초강목 2편: “쌀이 약이라고? 조상님들은 밥부터 달였다!”
밥을 약처럼 달여 먹는다?지금 우리가 보기엔 다소 낯선 표현이지만, 조선 시대 사람들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말이었습니다. ‘밥’은 단순한 주식이 아닌 몸을 다스리는 하나의 약, 즉 **식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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