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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음식 탐구

전염병과 음식의 역사 – 흑사병 시대 유럽인의 면역력 식단

by 선식담 2025. 4. 24.

“먹는 것”이 곧 “사는 법”이던 시대

14세기 중반, 유럽 전역을 휩쓴 흑사병은 단 몇 년 만에 유럽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앗아간 무서운 전염병이었습니다. 의학은 무력했고,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신에게 기도하거나 몸을 채찍질했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음식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었을까요?
오늘날 과학으로 그 선택을 다시 들여다보면, 중세 유럽인의 식탁엔 놀라운 생존 전략이 숨어 있었습니다.


1. 향신료 – 단순한 맛이 아닌, 생존의 무기

중세 유럽에서는 후추, 정향, 육두구, 시나몬 같은 향신료가 금보다 비쌌습니다.
향신료들은 당시 의약적 가치를 지닌 중요한 자원으로, 질병 예방과 치료에 필수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후추, 정향, 시나몬, 육두구는 모두 강력한 항균성과 건강 증진 효과를 지닌 자연의 보약으로, 당시 사람들은 이 향신료들이 제공하는 효능을 통해 질병을 막고 건강을 지키려 했습니다.

 

현대 영양학 해석

  • 시나몬: 혈당 조절, 인슐린 저항성 개선, 항균 효과, 장내 유익균 증가, 염증 감소, 면역체계를 강화하여 감염을 예방하는데 기여
  • 정향: 구강 살균, 항산화 성분이 세포손상 예방, 면역기능 개선, 소화에 도움
  • 후추: 소화촉진, 영양소 흡수율 증가, 면역력 강화, 항염효과, 체내 독소제거, 소화 돕고 배변 원활
  • 육두구: 넛맥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육두구는 사향냄새가 나는 호두라는 의미로 신체안정,소화기능강화,신경계진정 효

약선요리 응용법

 

생강 정향차 – 고대부터 내려온 항염의 지혜

“감기에는 따뜻한 생강차”라는 말, 단순한 민간요법이 아닙니다.

 

현대 영양학적 효과

  • 생강: 진저롤 성분은 강력한 항염작용진통 효과를 나타냅니다. 체온 상승을 유도하며,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한기를 몰아내는 데 효과적입니다.
  • 정향: 유제놀 성분은 항산화·항균 작용을 하며, 특히 구강 건강 및 면역 강화에 도움을 줍니다.

약선요리 응용법

  • 재료: 생강 5~6쪽, 정향 2~3알, 물 500ml
  • 방법: 중불에서 15~20분 끓여 꿀이나 유자청을 가미하면 맛이 부드러워지고 흡수력도 높아집니다.
  • 섭취 포인트: 감기 초기, 몸이 으슬으슬하거나 인후통이 느껴질 때 하루 2~3잔 권장.

인문학적 시선

중세 유럽에서도 정향은 페스트 예방을 위한 4도적 식초의 주재료였으며, 생강은 향신료 무역의 핵심이자 왕실 전용 약재로 취급되었습니다. 향신료를 통한 면역 증강은 당대의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육두구 골든밀크 – 고요한 밤을 위한 황금빛 한잔

인도 아유르베다에서 유래한 황금우유가, 중세 유럽의 ‘육두구’와 만나 더욱 깊어진다.

 

현대 영양학적 효과

  • 육두구: 미리스틴, 사프롤 등의 성분이 뇌를 안정시키고 세로토닌 분비를 도와 기분을 안정, 불면증 완화에 효과적입니다.
  • 강황: 커큐민은 항염·항산화 작용의 대표 성분으로, 관절 건강과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줍니다.
  • 후추: 강황의 흡수를 도와주는 피페린이 들어 있어 시너지 효과를 높입니다.
  • 우유, 꿀, 시나몬: 각각 칼슘 보충, 진정 작용, 항균 작용을 담당합니다.

레시피

  • 우유 200ml, 강황가루 1/2작은술, 육두구 가루 약간, 시나몬 1/3작은술, 꿀 1작은술, 후추 조금.
  • 약한 불에서 데운 후 밤에 마시면 수면 유도에 효과적입니다.

약선요리 응용 포인트

  • 육두구는 심장과 위장을 안정시키고, 정신적 흥분을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어 스트레스가 심한 현대인에게 적합합니다.

시나몬 꿀절임 – 단맛 속에 숨겨진 항균의 과학

파라오도 즐겼을 시나몬과 꿀, 조청처럼 절이면 천연 면역 부스터가 됩니다.

 

현대 영양학적 효과

  • 시나몬: 인슐린 유사 작용을 하는 시나말데하이드(cinnamaldehyde) 성분은 혈당 조절, 항균, 항염 효과를 지닙니다.
  • : 천연 당분과 과산화수소(항균 물질), 항산화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하여 에너지 공급과 면역 강화에 이상적입니다.

만드는 방법

  • 꿀 1컵에 시나몬스틱 2~3개 또는 시나몬 가루 1작은술을 넣고 밀폐 보관.
  • 냉장 숙성 후 하루 아침 공복에 한 스푼씩 섭취.

응용 팁

  • 차나 토스트, 요거트에 곁들여도 좋습니다.
  • 환절기나 감기 유행 시기, 기력 저하와 피로 회복에 탁월합니다.

2. 향채 채소 – 부엌에서 찾은 백신

흑사병 당시 많은 가정에서는 양파, 마늘, 파슬리 등을 다량 사용했습니다. 특히 마늘은 ‘가난한 자의 항생제’로 불리며 식사 때마다 곁들여졌고, 양파는 공기 중의 ‘독기’를 빨아들인다고 믿었습니다.

 

현대 영양학 해석

  • 마늘: 알리신 성분으로 강력한 항균·항바이러스 작용
  • 양파: 퀘르세틴, 유황화합물로 염증 완화와 면역력 증진
  • 파슬리: 비타민 C 풍부, 이뇨작용과 해독 효과

약선요리 응용법

 

▒ 마늘된장무침 – 장 건강과 피로 회복의 조화

 

현대 영양학적 효과

  • 마늘: 알리신(allicin) 성분이 항균·항바이러스 작용, 면역력 강화, 피로 물질 분해에 효과적입니다. 특히 장내 유해균 억제와 유익균 증식을 돕는 프리바이오틱스 효과로 장 건강에 유익합니다.
  • 된장: 발효식품으로 식물성 유산균, 이소플라본이 풍부하여 장내 미생물 균형을 조절하고 항산화 작용을 합니다.

약선요리 응용법

재료: 마늘 10~15쪽, 집된장 2큰술, 참기름 1큰술, 꿀 1작은술, 들깨가루 약간
조리법:

  1. 마늘은 살짝 데쳐 쓴맛을 줄인 후 찬물에 식힙니다.
  2. 된장, 참기름, 꿀을 섞어 양념장을 만듭니다.
  3. 마늘과 양념을 버무린 후 들깨가루를 뿌려 마무리합니다.

섭취 포인트

  • 소화가 느리거나 피로가 쌓일 때, 하루에 반찬처럼 한두 점 섭취.
  • 항암 작용과 더불어 장 내 독소 배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파슬리오일 드레싱 – 신진대사 촉진과 디톡스

 

현대 영양학적 효과

  • 파슬리: 클로로필, 비타민 C, 칼륨이 풍부하여 이뇨작용, 간 해독, 노폐물 배출에 탁월합니다. 특히 철분 흡수를 도와 빈혈 예방에도 효과적입니다.
  • 올리브오일: 불포화지방산과 폴리페놀 성분이 혈관 건강, 항산화 작용, 콜레스테롤 수치 조절에 도움을 줍니다.
  • 레몬즙: 산성임에도 체내에서 알칼리 반응을 유도해 신진대사를 활성화하고 피로 해소를 돕습니다.

약선요리 응용법

 

재료: 파슬리 한 줌(잘게 다짐),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3큰술, 레몬즙 1큰술, 소금 약간
활용법:

  • 채소 샐러드, 닭가슴살 요리, 구운 야채 위에 뿌려 섭취.
  • 고기 요리와 함께 섭취하면 지방 흡수 억제에 효과.

섭취 포인트

  • 피로하거나 붓기가 느껴지는 날, 아침 공복이나 점심 식사에 곁들이기 좋습니다.
  • 하루에 한두 큰술 정도 섭취로 해독과 대사 촉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양파 흑초절임 – 혈액순환과 면역력 강화를 동시에

 

현대 영양학적 효과

  • 양파: 퀘르세틴(quercetin) 성분이 풍부하여 항산화 작용, 혈액순환 개선, 혈압 조절, 면역력 증진에 효과적입니다.
  • 흑초: 일반 식초보다 발효 시간이 길어 아미노산, 유기산, 미네랄이 더 풍부하며, 피로 회복혈당 안정, 위장 기능 개선에 뛰어납니다.

약선요리 응용법

재료: 적양파 또는 흰양파 1개, 흑초 1/2컵, 꿀 또는 매실청 2큰술, 물 1/2컵
조리법:

  1. 양파는 채썰어 유리용기에 담습니다.
  2. 흑초+물+꿀(또는 매실청)을 끓여 식힌 후 부어 숙성합니다.
  3. 냉장 보관 후 1~2일 뒤부터 섭취 가능.

섭취 포인트

  • 아침 식사 전에 2~3조각 섭취하거나, 식사 중 곁들이면 소화 촉진혈당 상승 억제에 도움.
  • 장기적으로 혈관 건강 유지에 매우 유익합니다.

3. 식초와 발효 – 유럽판 ‘된장과 김치’

중세 유럽에서는 사과식초를 물처럼 마시거나, 발효된 치즈와 와인을 식사에 자주 곁들였습니다. 당시에는 알코올과 식초가 물보다 안전한 음료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현대 영양학 해석

  • 사과식초: 항균작용, 혈당조절, 장 건강
  • 발효식품: 유산균 증가, 면역력 증진, 위장 건강

약선요리 응용법

 

 생강 식초수 – 환절기 감기 예방의 보약 한 잔

 

현대 영양학적 효능

  • 생강은 항염, 항균 작용이 탁월한 진저롤을 함유하여 면역력 강화와 감기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체온을 올려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목의 염증을 완화해주며, 소화력을 높이는 작용도 합니다.
  • 식초는 살균 효과와 함께 체내 산염기 균형 유지, 피로 물질 분해,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줍니다.

약선요리 응용법

재료:

  • 생강 3~5쪽
  • 식초 1큰술
  • 따뜻한 물 300ml
  • 꿀 또는 매실청 1작은술 (선택)

조리법:

  1. 생강은 깨끗이 씻어 얇게 썬 후 끓는 물에 살짝 우려냅니다.
  2. 여기에 식초와 꿀을 넣고 따뜻한 물을 붓습니다.
  3. 공복이나 아침에 천천히 마시면, 체온이 올라가면서 자연 면역이 활성화됩니다.

활용 팁

  • 환절기나 일교차가 심한 계절에 매일 한 잔씩 섭취하면 감기 예방과 피로 해소, 소화 개선에 탁월합니다.
  • 아이들과 마실 땐 꿀을 약간 더해 부드럽게 조절해 주세요.

  무쌈 말이 식초절임 – 해독작용과 입맛 개선을 동시에

 

현대 영양학적 효능

  • 는 수분 함량이 높고 디아스타제, 아밀라아제 같은 소화효소가 풍부하여 위장 건강, 독소 배출, 해열 효과가 있습니다.
  • 식초는 소화기 계통의 살균 및 정화 작용을 돕고, 무의 영양소 흡수를 촉진합니다.
  • 특히 무와 식초의 조합은 입맛이 없거나 속이 더부룩할 때 이상적인 선택입니다.

약선요리 응용법

재료:

  • 얇게 썬 무 1/2개
  • 식초 1컵, 물 1/2컵
  • 소금 1작은술, 설탕 1큰술
  • 파프리카, 오이, 당근 등 말이 속 재료

조리법:

  1. 무는 얇게 썰어 10분 정도 소금물에 절입니다.
  2. 식초, 물, 설탕을 섞어 절임액을 만들고 무를 하루 이상 절입니다.
  3. 절인 무에 채소를 넣어 돌돌 말면 완성!

활용 팁

  • 다이어트 식단이나 도시락 반찬으로 제격이며, 속이 불편하거나 체기가 있을 때 입맛을 되살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 무는 흰색뿐만 아니라 적무 또는 단무지 색을 이용하면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워져 아이들도 잘 먹습니다.

  유자와 식초 발효청 – 면역 보강 + 수분 보충의 든든한 한 스푼

 

현대 영양학적 효능

  • 유자는 비타민 C가 레몬보다 3배 이상 높아 면역력 강화, 항산화 작용, 피로 회복에 탁월합니다.
  • 식초는 소화를 도와주고 흡수율을 높이는 동시에, 유자의 영양 성분을 안정화시켜 장기 보관 가능한 발효청 형태로 만들어 줍니다.
  • 꿀 또는 매실청과 함께 섞으면 전해질 균형과 수분 보충에도 효과적입니다.

약선요리 응용법

재료:

  • 유자 3개
  • 천연 발효 식초 1컵
  • 꿀 또는 매실청 1컵
  • 소독된 유리병

조리법:

  1. 유자는 껍질째 잘게 썰어 씨는 제거합니다.
  2. 유자, 식초, 꿀을 1:1:1 비율로 섞어 유리병에 담습니다.
  3. 냉장 보관하며 7~10일 이상 숙성시킵니다.

섭취법:

  • 1큰술을 미지근한 물 250ml에 희석해 하루 1~2회 음용.
  • 여름철에는 차게, 겨울철에는 따뜻한 유자 식초차로도 좋습니다.

활용 팁

  • 특히 감기 초기, 피로가 누적되었을 때,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아주 좋은 자연 발효 음료입니다.
  • 아이들 음료나 탄산수에 타서 주면 맛도 좋아서 꾸준한 섭취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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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 영양학적 효능

인문학적으로 본 ‘음식의 방패’

중세 유럽인은 지금처럼 바이러스의 정체를 알지는 못했지만, ‘몸에 좋은 것’을 직감적으로 실천했습니다.
그들은 음식을 통해 병을 피하려고 했고, 음식을 통해 삶의 질서를 회복하려 했습니다.

이 시기 유럽의 식탁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불안과 혼란을 이겨내기 위한 일상의 의례이자, 인류적 저항의 형식이었습니다.


오늘날을 위한 ‘전염병 시대의 지혜’

바이러스는 지금도 우리 곁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중세 유럽의 지혜를 어떻게 오늘의 식탁에 되살릴 수 있을까요?

약선요리 제안

  • ‘감기 예방 3총사’ 반찬 세트: 마늘 들기름 볶음 + 양파 흑초절임 + 생강 파슬리차
  • ‘하루 한 숟가락 면역보약’: 사과식초 꿀청 1큰술
  • ‘스트레스 시대의 항균식단’: 계피와 정향을 넣은 따뜻한 전통차

마무리하며 – 음식은 인류의 첫 번째 백신이었다

흑사병 시대, 사람들은 음식으로 스스로를 지키려는 생존의 본능을 실천했습니다.
그 식탁에는 면역, 소화, 해독, 안정이라는 키워드가 숨어 있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지혜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중세처럼 향신료 한 줌을 얻기 위해 항해할 필요는 없지만,
그 시절 사람들이 남긴 ‘먹는 법’의 유산은 우리 몸을 위한 가장 확실한 유산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