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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음식 탐구

다이어트 실패, 당신 탓 아냐 – 철학과 영양학, 약선요리로 푸는 해답

by 선식담 2025. 4. 23.

왜 다이어트는 매번 실패로 끝나는 걸까요?

“이번엔 진짜 마지막이야.”
우리는 몇 번째 다이어트인지도 모른 채 다시 새로운 계획을 세웁니다.
탄수화물은 줄이고, 운동 계획도 촘촘히 짜고, 냉장고는 정리하고…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어김없이 야식 앞에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하죠.

많은 사람들은 이 실패의 원인을 ‘의지 부족’으로 돌립니다.
“내가 참을성이 없어서 그래.”
“의지가 약한 나 자신이 문제야.”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다이어트 실패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 철학이 말하는 인간 본성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인간을 욕망의 존재라 했습니다.
삶은 결핍과 충족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그 안에서 우리는 언제나 ‘채움’을 갈망하죠. 음식을 향한 식욕도 그 일부입니다. 배고픔은 단지 생리적인 신호가 아닙니다. 외로움, 지루함, 불안, 고독… 이런 감정들이 모두 식욕이라는 모습으로 위장해 다가오기도 하죠.

이런 심리를 모르고 단순히 식단표 하나로 우리의 욕망을 억누르려 하면, 실패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철학적으로 바라본 다이어트 실패: 욕망과 절제의 딜레마

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인간의 영혼을 ‘이성’, ‘기개’, ‘욕망’ 세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다이어트는 이 중 ‘욕망’을 ‘이성’으로 제어하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단기 목표에만 집착하면, 이성은 쉽게 피로해지고, 결국 욕망이 다시 지배권을 되찾습니다.

또한 사르트르 같은 실존주의 철학자는 인간이 자유로운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기준에 의해 자기 존재를 규정짓는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흔히 ‘날씬해야 한다’는 기준은 진정 나 자신이 원하는 삶인지, 아니면 외부의 시선에 휘둘리는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현대 영양학으로 본 다이어트 실패: 칼로리보다 중요한 ‘지속성’

현대 영양학에서는 다이어트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지속 가능성’을 꼽습니다. 단기적으로 체중을 줄이기 위한 극단적인 저탄수화물 식단이나 간헐적 단식은 일시적인 체중 감소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신체의 항상성(Homeostasis)이 작동하면서 결국 요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장내 미생물 환경 역시 식욕과 체중 조절에 큰 영향을 줍니다. 지나친 식이 제한은 장 건강을 해치고, 오히려 식욕 조절 호르몬인 렙틴(leptin)과 그렐린(ghrelin)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습니다.

 

현대 영양학에서는 식사 조절을 ‘두뇌 안정’과 연결지어 설명합니다.
혈당이 급격히 오르내리면 뇌는 불안을 느끼고, 이는 폭식이나 과식을 유발합니다. 또 너무 제한적인 식단은 오히려 신경전달물질 균형을 깨뜨려 우울감이나 불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즉, 지속 가능한 식습관은 절제보다 균형과 안정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단백질, 건강한 지방, 복합탄수화물, 그리고 충분한 섬유질과 물…
몸이 안심할 수 있는 영양소를 공급받을 때, 뇌는 비로소 ‘배부름’과 ‘만족’을 느낍니다.

잘못된 보상 시스템

‘오늘 하루 참았으니, 내일은 먹어도 돼’라는 보상 심리 또한 다이어트를 실패로 이끄는 대표적인 메커니즘입니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쾌락 지연 능력의 실패’로, 단기 보상에 대한 유혹이 장기 목표를 방해하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약선요리로 보는 식습관: 음식은 약이자, 마음의 위로

동양의 전통 약선요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음식은 몸을 살리고, 마음도 치유한다.”

예를 들어, 율무는 습을 제거해 부기를 줄이고, 대추는 피를 보하며 마음을 안정시키죠.
따뜻한 차 한 잔도 단순한 수분 보충이 아닌, 내면을 다독이는 작은 의식이 될 수 있어요.
약선요리는 단지 ‘살을 빼기 위한 식사’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고르게 다스리는 생활 방식입니다.

“굶지 말고, 달래라.”
음식으로 억누르지 말고, 치유하라는 겁니다.

약선의 기본 철학: 허(虛)를 보하고, 실(實)을 다스리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무조건 덜 먹는 것은 오히려 기혈(氣血)을 약화시켜 만성 피로, 냉증, 소화 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약선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氣)를 보충하고 소화를 도우며, 욕구를 절제할 수 있는 음식을 처방’합니다.

 

예시 음식

  • 율무현미죽: 포만감을 주며 습기를 제거, 부종 감소
  • 두부채소볶음: 단백질 보충 + 소화기 부담 적음
  • 대추차: 식사 사이 군것질 대체용, 마음 안정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이어트를 성공하고 싶다면, 식단표보다 먼저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게 우선입니다.

  • 나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식욕을 느끼는가?
  • 진짜 배가 고픈가, 아니면 외로운가?
  • 나에게 필요한 건 음식이 아니라 ‘위로’는 아닐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그리고 몸을 달래는 따뜻한 죽 한 그릇, 향긋한 허브차 한 잔을 곁들여보세요.
당신의 몸과 마음은 그 온기를 기억하고, 조금씩 치유될 겁니다.


결론: 다이어트는 결국 ‘나를 이해하는 시간’입니다.

다이어트는 단순히 체중 감량을 넘어서 삶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실존적 질문입니다.

몸이 원하는 것, 마음이 필요로 하는 것, 삶이 추구하는 것을
하나씩 살펴보는 깊은 대화 같은 여정이에요.

그렇게, 철학의 통찰과
영양학의 균형,
약선의 따뜻함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몸과 마음이 모두 만족하는 식습관이 완성될 수 있어요.

그러니 오늘도 너무 다그치지 말고,
나에게 조용히 이렇게 물어보세요.
“오늘의 나는, 어떤 위로가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