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음식 탐구

스페인 왕실의 생햄과 올리브오일 – 지중해식 약선의 본질

선식담 2025. 4. 17. 13:05

1. 왕실의 식탁에 오르다 – 하몽과 올리브오일의 위상

스페인 왕실의 식탁에는 수백 년간 빠지지 않은 식재료가 있습니다.
바로 하몽(Jamón), 즉 스페인식 숙성 생햄과 **올리브오일(Aceite de oliva)**입니다.

하몽은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인 후 수개월에서 수년간 자연 숙성시켜 만든 고급 햄으로, 그중에서도 ‘하몽 이베리코’는 귀족 음식의 상징이자 스페인 왕실의 자부심이었습니다.
한편, 스페인은 세계 최고의 올리브 생산국 중 하나로, 고대 로마 시절부터 왕실 요리와 약용 식재료로 사용돼 왔죠.

이 둘의 공통점은 바로 보존과 숙성, 그리고 건강에 이로운 지방의 철학입니다.
지중해의 햇빛 아래, 자연과 함께 만들어지는 이 식품들은 **자연이 만든 약(藥)**으로도 불릴 만합니다.


2. 현대 영양학의 관점 – 지방이 곧 면역력

● 올리브오일 – 혈관을 지키는 황금 액체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에는 단일불포화지방산(올레산), 폴리페놀, 비타민 E 등이 풍부합니다.
이는 심혈관 건강, 항산화 작용, 염증 억제,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며, 특히 지중해식 식단이 장수와 직접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발표되었습니다.

● 하몽 – 단백질과 미네랄의 보고

하몽은 단백질이 풍부할 뿐 아니라, 아연, 셀레늄, 철분 등 면역 조절과 항산화에 중요한 미네랄이 가득합니다.
숙성 과정에서 아미노산이 자연 분해되어 흡수율이 높아지는 것도 장점이죠.

✔ 핵심 메시지:

지방은 해로운 것이 아니라, 질 좋은 지방은 몸을 지키는 영양 보루입니다.
지중해식 식단은 이 ‘좋은 지방’을 중심으로 면역력과 회복력을 키워주는 대표 식단입니다.


3. 인문학적 시선 – 오일과 햄, 생존과 연회 사이

스페인은 고온건조한 여름과 건조한 환경 속에서 음식을 보존하고 영양을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하몽은 고기 소비를 연중 가능하게 만든 기술이자 생존의 상징이 되었고,
올리브오일은 불로 대신하는 조리와 약재의 매개체로 자리잡았죠.

스페인 왕실은 이러한 서민의 식문화를 품격 있게 계승했습니다.
하몽은 황실 연회의 고급 안주가 되었고, 올리브오일은 치유식, 미용, 종교 의례에까지 활용되었습니다.
이는 동양에서 한약재와 음식이 연결되듯, 스페인에서도 음식이 ‘삶과 치유’의 일부로 여겨졌음을 보여줍니다.


4. 약선요리로의 응용 – 지중해의 철학을 우리 식탁에

지중해식 식단은 그 자체로 훌륭한 약선요리입니다.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식단’이라는 철학은 동양의 약선 철학과도 깊이 닮아 있습니다.

전통 재료약선적 응용효과
하몽 구운 마늘 하몽 샐러드 항균력, 면역 보강
올리브오일 오일숙성 도라지무침 폐기능 강화, 항산화
토마토 올리브오일 토마토 볶음 항산화(리코펜), 피로 해소
허브 (로즈마리 등) 허브 오일 드레싱 소화 촉진, 항염 작용

또한 아침 식사로는
통밀빵 + 하몽 + 올리브오일 + 토마토 슬라이스 구성으로,
에너지 보충 + 항산화 + 소화 개선이라는 지중해식 아침 약선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5. 결론 – 고기와 기름, 어떻게 ‘약’이 되는가

스페인 왕실이 즐긴 생햄과 올리브오일은 단순한 고기와 기름이 아닙니다.
시간과 자연, 철학이 깃든 건강식이며,
그 속에는 지중해의 햇빛, 역사, 그리고 생명력이 농축되어 있습니다.

동양의 약선은 탕과 찜, 발효를 통해 치유를 꾀했듯,
지중해의 약선은 숙성과 기름, 자연 조화를 통해 건강을 지켰습니다.

음식이 약이 되는 길은 하나가 아닙니다.
왕실이 남긴 식탁 위의 철학은, 오늘날 우리의 밥상에도 살아 숨 쉴 수 있습니다.
“좋은 지방, 좋은 단백질, 자연 조화” – 이것이 지중해 약선의 핵심이자,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강한 식생활의 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