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이다” – 고대 로마인의 식탁을 엿보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지중해식 식단(Mediterranean diet). 신선한 채소, 올리브오일, 생선, 곡물 위주의 건강식단으로 널리 알려져 있죠. 지중해식 식단은 심혈관 건강에 좋고, 체중 관리에도 도움이 되는 식사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건강한 식단이 단지 최근의 트렌드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셨다면, 큰 오해일 수 있습니다.
사실, 지중해식 식단은 고대 로마의 식사법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로마 제국의 시민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식사를 즐겼습니다. 그들의 식단은 신선한 채소, 과일, 통곡물, 올리브오일 등을 기본으로 하였으며, 특히 올리브유는 그들의 주된 지방 공급원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고대 로마인들은 다양한 해산물과 생선을 즐겼고, 다양한 허브와 향신료를 이용해 음식을 맛있게 조리했습니다. 그들의 식사는 오늘날 우리가 지중해식 식단에서 접하는 음식들과 매우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즉, 고대 로마에서 시작된 식습관이 시간이 지나면서 지중해 전역으로 퍼져나가 오늘날 전 세계적인 식단으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대 로마의 시민들은 어떤 식사를 했고, 그들의 식습관은 오늘날 우리 식생활에 어떤 영향을 남겼을까요? 로마 제국의 시민들은 고기와 생선, 빵, 채소와 과일을 균형 있게 섭취했고, 특히 올리브유는 그들의 식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었죠. 또한, 로마 제국은 광대한 영토를 가지고 있었기에, 여러 문화와 식재료들이 융합되었고, 그로 인해 다양한 지역 특산물을 섭취하는 식습관이 발달했습니다.
고대 로마인들의 식습관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지중해식 식단은 고대 로마의 식사법은 단순히 역사 속의 한 장면이 아니라, 현대의 식문화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 중요한 유산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고대 로마인의 하루 식사법
고대 로마인들은 현대인처럼 세 끼를 먹었습니다.
- ientaculum (이엔타쿨룸) – 아침 식사
간단한 빵, 치즈, 올리브, 말린 과일 등을 먹었습니다. 보통 가볍게 먹는 간단한 식사였어요. - prandium (프란디움) – 점심 식사
남은 빵, 콩 요리, 생선이나 달걀, 와인 등을 곁들여 먹었고, 노예나 하층민일수록 더욱 간소했죠. - cena (케나) – 저녁 식사
하루 중 가장 중요하고 풍성한 식사였습니다. 상류층은 여러 코스로 구성된 저녁 만찬을 즐겼고, 생선, 고기, 야채, 디저트까지 곁들였습니다. 상류층이 아닌 가난한 로마 시민들은 소박하고 절제된 곡물 중심의 식사를 했습니다.
주요 식재료 – ‘지중해’의 맛
고대 로마인의 식단은 지중해식 식재료를 풍부하게 활용했습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재료를 살펴볼까요?
- 올리브오일: 거의 모든 요리에 사용된 필수 식재료. 오늘날 지중해식 식단의 핵심 요소죠.
- 곡물과 빵: 주로 보리와 밀로 만든 빵을 섭취했습니다. 로마인의 ‘주식’이라 할 수 있어요.
- 와인: 물보다 더 많이 마셨다는 말이 있을 정도. 대부분 희석해서 마셨고, 식사 때 빠지지 않았습니다.
- 생선과 해산물: 특히 연안 지역에서는 풍부하게 소비되었고, **가룸(Garum)**이라는 발효 생선 소스를 즐겨 사용했죠.
- 채소와 콩류: 렌틸콩, 병아리콩, 양배추, 상추 등이 일반적이었습니다.
- 과일과 견과류: 무화과, 포도, 대추야자, 호두, 아몬드 등이 디저트로 즐겨졌습니다.
고대 로마 상류층의 만찬 – 그들만의 ‘풀코스’
로마 귀족들의 식사는 단순한 배 채움 이상의 사회적 행사였습니다.
풍성한 식탁과 음악, 시 낭송, 철학적 대화가 어우러진 일종의 ‘문화 공간’이었죠.
- gustatio (전채): 달걀, 올리브, 샐러드 등
- prima mensa (메인 코스): 고기 요리, 해산물, 다양한 소스
- secunda mensa (디저트): 과일, 꿀을 넣은 케이크, 견과류 등
이 만찬은 종종 몇 시간씩 이어졌고, 다소 과시적이고 사치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로마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었습니다.
고대 로마 하층민의 저녁식탁구성
고대 로마의 노예와 하층민에게 저녁식사는 생존을 위한 식사에 가까웠습니다.
1. 빵 (Panis)
- 밀이나 보리로 만든 거친 빵이 주식
- 때로는 물에 적셔 먹기도 했고, 간혹 꿀이나 올리브오일을 곁들임
2. 죽 (Puls)
- 렌틸콩, 보리, 팥 등을 끓인 곡물죽
- 로마 초기 공화정 시대에는 귀족들도 먹던 ‘전통식’이었지만 점차 가난한 이들의 음식으로 바뀜
3. 올리브와 채소
- 올리브, 양배추, 순무, 부추 등 계절에 따라 달랐음
- 대부분 날로 먹거나 식초·허브에 절인 형태로 섭취
4. 치즈와 달걀 (가끔)
- 염소젖으로 만든 부드러운 치즈나 달걀은 가끔 등장했지만, 흔하지 않았음
5. 가룸(Garum)
- 부패한 생선을 발효시켜 만든 액젓 비슷한 조미
- 하층민도 쓰긴 했지만, 귀족들처럼 다양한 향신료와 섞진 못했음
현대 지중해식 식단과의 연결고리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지중해식 식단의 핵심은 올리브오일, 가공되지 않은 곡물, 콩과 식물, 야채 및 과일의 식물성 식단을 중심으로, 적당량의 생선, 유제품, 소량의 붉은고기섭취가 포함됩니다.
지중해식식단은 비만인의 체중감량에 도움이 될수 있고, 심장병 및 조기 사망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개념은 이미 고대 로마 시대부터 실천되어 왔습니다.
물론 고대 로마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 이집트, 그리고 다른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지중해식 식단의 원조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나라는 하나로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고대 로마가 지중해의 중심적인 제국이었고, 그들의 식사 문화가 지중해 전역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고대 로마가 지중해식 식단의 한 형태로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것은 충분히 논리적이고, 사실상 정당한 해석입니다.
마무리하며 – 음식은 문화를 말한다
고대 로마인의 식사법은 단지 옛날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고대의 음식 문화는 단순한 과거의 전통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음식은 그 자체로 문화의 거울이며, 식탁 위에는 시대와 사회, 그리고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먹고, 어떻게 먹는지에 따라 그 시대의 가치관과 철학, 심지어 정치와 경제까지 엿볼 수 있습니다. 음식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수단을 넘어서, 인간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지중해식 식단의 뿌리를 찾아 살펴보았습니다. 이 식단은 단순히 건강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문화와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발달한 문명으로, 그들의 식사는 단지 신체의 필요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지금도 지중해식 식단을 건강식으로 선택하는 이유는 바로 이 오랜 역사의 유산이 여전히 현대인들에게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음식은 이렇게 과거와 현재를 잇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를 겪고 있지만 그 뿌리는 변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음식과 역사, 그 사이의 흥미로운 연결고리를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오늘날의 식문화를 이해하려면, 그 뿌리인 과거의 음식 문화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식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씩 밝혀가며, 각 시대의 문화와 가치를 어떻게 반영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음식은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닌, 우리의 삶과 역사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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